제8장

그사이, 안유진은 이미 세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새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조금 전, 세 아이들이 씻고 나왔을 때 그녀가 보이지 않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현관문까지 열려 있었다.

안평화가 CCTV를 확인해 보니 그녀가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을 발견했고, 즉시 구하러 나섰던 것이다.

안유진은 아직 자신이 세 아들 덕분에 구출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여전히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경보음이 울리자마자 문으로 달려갔다. 문을 밀자 바로 열렸고, 그 틈을 타 계단을 내려오니 세 아들이 보였다.

네 모자는 서둘러 택시를 잡아 집으로 돌아왔다.

안유진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 셋이 어떻게 갑자기 거기에 나타난 거야?”

안평화가 말했다. “엄마가 집에 안 계셔서요. 아래층 사장님께 엄마가 어떤 사람들한테 끌려갔다는 얘기를 듣고 엄마 위치를 추적해서 찾아갔어요. 막 도착하니까 엄마가 내려오시더라고요. 엄마, 대체 무슨 일이었어요?”

안유진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돌려 안꿈나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꿈나,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해 봐. 왜 남의 차를 긁은 거야?”

안꿈나가 눈을 깜빡였다.

“그 쓰레기 같은 남녀가 엄마를 납치한 거예요?”

“무슨 쓰레기 같은 남녀?”

안꿈나가 발끈했다. “그것들이 나중에 또 그런 짓을 할 줄 알았으면, 낮에 서도역에서 그냥 보내주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걸 보니 딱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어요! 엄마, 이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아들이 복수해 줄게요!”

말을 마친 안꿈나는 작은 주먹을 꽉 쥐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안유진이 그를 붙잡아 의자에 앉히며 엄한 얼굴로 말했다.

“서도역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안꿈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더는 숨길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일의 자초지종을 전부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안유진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안유진은 막내 미래를 품에 안고 몸에 난 상처를 살폈다.

막내 미래의 몸에 아직 사라지지 않은 멍 자국을 본 안유진의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

그녀는 목이 메어 막내 미래에게 물었다. “많이 아팠지?”

막내 미래는 유난히 착했다. 안유진이 슬퍼하는 것을 보고는 얼른 그녀를 달랬다.

“안 아파요, 안 아파. 벌써 하나도 안 아파요. 엄마, 슬퍼하지 마세요. 보세요, 저 이렇게 콩콩 뛸 수도 있다고요.”

말을 마친 막내 미래는 그녀의 품에서 뛰쳐나가, 그녀 앞에서 두 바퀴를 폴짝폴짝 뛰며 정말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착한 막내 미래를 보던 안유진은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녀는 손을 뻗어 다시 미래를 품에 꼭 껴안고 그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한없이 가슴 아파했다.

그녀의 세 아이들 중 막내 미래는 상황이 조금 특별했기에, 똑같이 큰 사랑을 주면서도 유독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 미래야. 엄마가 널 잘 돌보지 못해서, 속상하게 만들었구나.”

막내 미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래층 이모가 저보고 하얗고 통통한 게, 엄마가 절 아주 잘 돌봐준 티가 난다고 했어요.”

안유진은 막내 미래를 한참 동안 꼭 껴안았다.

그러고는 여행 가방을 열어 직접 만든 연고를 꺼내 멍든 곳에 발라주었다.

그 후 그녀는 꿈나에게 한바탕 훈계를 했다. 칭찬할 부분은 칭찬하고, 꾸짖을 부분은 꾸짖었다.

예를 들어, 사나이는 먼저 시비를 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동생이 괴롭힘을 당했을 때 형이 복수해 준 것은 옳고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혼자 해결하러 달려가 남의 차까지 긁어 놓고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안유진은 폭죽에 대해 엄하게 강조하며 안꿈나에게 앞으로는 절대 함부로 가지고 놀아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녀는 그것이 폭죽이 아니라, 그녀의 아들 꿈나가 직접 연구해서 만든 소형 폭탄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엄마를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해 안꿈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이처럼 굴었다.

왜 거처를 옮겼는지에 대해서는 안평화가 적당히 둘러대자 안유진은 그대로 믿었다.

이후 안평화가 다시 물었다. “그 사람들이 엄마를 괴롭히진 않았어요?”

안유진은 95억 원이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다. 세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거짓말을 했다.

“아니, 그 일은 이제 끝났어. 자, 이제 너희들끼리 놀아. 엄마는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안유진이 화장실로 가자, 세 아이들은 침실에 숨어 작은 회의를 열었다.

안평화가 말했다. “일이 엄마 말씀처럼 간단하지 않아. 분명 아직 안 끝났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엄마를 가뒀을 리가 없어.”

안꿈나가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쪽에서 끝내고 싶다고 해도 내가 싫어. 감히 우리 엄마를 함부로 건드려?! 형, 형이랑 미래는 집에서 엄마랑 같이 있어. 내가 가서 그놈들 손 좀 봐주고 올게! 우리 엄마를 건드린 대가가 뭔지 똑똑히 알려 줘야지!”

안꿈나는 말한 대로 바로 움직이려 했고, 안평화가 그를 막아섰다.

“이번엔 네가 가지 마. 내가 할게.”

“형이? 그 쓰레기들 옆에 경호원도 있던데. 형이 갔다가 못 이길까 봐 걱정돼.”

안평화는 작은 태블릿을 응시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아이는 작았지만, 그 눈에는 온갖 생각이 가득했다.

그는 몇 초간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마가 말씀하셨잖아. 지금은 법치 사회니까 법을 지켜야 한다고. 우리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엄마의 복수를 할 거야.”

“……”

한편, 안유진은 세 아이들이 또다시 박이안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날 밤 잠을 설쳤다.

95억 원이라는 배상금이 그녀를 잠 못 들게 짓눌렀다.

지금 당장 그녀를 죽인다고 해도 95억 원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 남자의 얼굴만 떠올리면 혈압이 치솟았다. 그는 정말이지 평화, 꿈나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 말은 즉, 그가 바로 그날의 ‘야생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었다!

생각만 해도… 그를 목 졸라 죽이고 싶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백 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안유진은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해결책을 생각해 냈다.

95억 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당장은 마련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그 ‘야생마’에게 아이들을 빼앗길 위험까지 있었다. 그러니 서둘러 박이안과 이혼하고, 우선 이곳을 떠난 뒤 돈 갚을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그리하여 안유진은 일어나 씻고 난 후, 세 아이들에게 집 안에 꼼짝 말고 있으라는 메모를 남기고는 집을 나섰다.

그녀는 택시를 타고 곧장 박이안의 집으로 향했다. 그와 이혼하기 위해서였다.

……

같은 시각, 박이안 쪽은 이미 난리가 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그에게 소식이 날아들었다.

어제 그가 시찰하러 갔던 빌딩이 하룻밤 사이에 누군가에게 고가로 인수되었다는 것이었다!

그가 눈여겨보던 몇몇 부지도 하룻밤 사이에 빼앗겼다!

게다가 계약을 앞둔 몇몇 건들도 전부 누군가에게 가로채기 당했다!

대략적인 추산으로도 박씨 그룹의 이번 손실액은 수백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것이 박이안이 화난 이유는 아니었다. 어차피 그는 돈이 많았고, 1,900억 정도의 손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를 진정으로 화나게 한 이유는, 명백히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몇 년간, 그는 재계에서 거침없이 세력을 떨쳤다. 그가 발 한번 구르면 경제계 전체가 들썩일 정도였다.

그에게 도발은커녕, 감히 큰 소리 한번 내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런데 설마…

게다가 그의 곁에 있는 최고의 해커조차 그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내지 못했다!

속에서 불이 치솟았지만, 풀 곳이 마땅치 않았다.

사장의 기분이 좋지 않자 직원들까지 덩달아 고통받았고, 박씨 그룹 전체가 먹구름에 휩싸였다.

주용민은 쉴 새 없이 바빴고, 전화기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

이쪽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저쪽에서는 박씨 그룹의 컴퓨터가 전부 다운되어 버렸다. 정신없이 바빠야 할 직원들은 이제 그저 자리에 앉아 멀뚱멀뚱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속수무책, 그저 할 일 없이 앉아 있었다.

“기술팀 놈들은 전부 머저리들이야?!” 박이안이 극도로 분노했다.

주용민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 기술팀을 닦달했다.

기술팀 사람들은 울기 직전이었다. 그들 역시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지만, 오늘 제대로 고수를 만난 것이었다!

“됐습니다, 됐습니다! 이제 켜집니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컴퓨터가 마침내 켜지자, 기술팀 사람들은 저마다 땀을 닦았다.

그러나 화면이 밝아지는 순간,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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